가슴 속에 묻어 둔 어떤 빙신같은 꿈 이야기

- 영화 <댄싱퀸> 이야기

박상영

나는 고대 나왔고, 아내는 이대 나왔다. 영화의 두 주인공도 똑같다. 나는 대략 엄니의 주장에 의하면 수더분하게 잘 생겼고, 아내는 동네 목욕탕에서도 매력적이라고 수군거린다. 영화의 두 주인공도 어쩜 똑같다. 나는 출신학교답지 않게 세속의 잇속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채 빌빌거리며 살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달고 나름대로 친정의 덕을 보면서 일상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영화의 두 주인공도 놀랍도록 똑같다. 나는 세상의 질서를 비웃으며 지 멋대로 살아왔는데 문득 원하지 않는 착한 삶의 길을 살고 있고, 아내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삶에 더더욱 분주하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우리의 아바타인가. 나는 문득 문득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불뚝 불뚝 삶의 야망과 욕심이 일어나고, 아내는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하면서 집요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삶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 영화의 두 주인공도 서로의 삶에 무관심하면서 위태롭게 자기 삶을 지키며 산다.

하지만 나의 삶과 영화 속 삶의 마지막 부분은 똑같지 않다. 영화는 두 시간 만에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나의 삶은 안개 자욱한 진행형이다. 영화 속의 고대와 이대는 정답지만, 현실 속의 고대와 이대는 이가 갈린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품고 있는 매력은 서로의 관계를 정화시키는 활력소가 되지만, 현실 속의 매력은 일상 속에서 늘 긴장과 충돌을 가져온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자녀는 이쁘게 능청을 떨지만, 현실 속의 내 아이들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나도 먼 타인들이 되어 버렸다. 영화 속 삶은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지나치며 사람들의 웃음으로 재충전되지만, 현실 속 나의 자전거는 이미 오래 전 타이어가 펑크 난 상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치명적인 문제로 사회적인 매장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좌절하지 않지만, 현실 속의 주인공들은 아주 사소한 문제에도 날마다 절망하며 상처 받는다.

누구에게나 한 때 어떤 인연으로 좋아하다 사랑하고 결혼을 하지만, 그래서 가정을 꾸리고 평균치의 삶을 향해 살아가지만, 그러다 무너지는 몸매와 멀어지는 아이들을 못내 아쉬워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외면하지 못한 채 품고 있는 어떤 꿈들이 있다. 기계적으로 빨래를 하고, 무감각한 요리를 하며, 감동도 없는 출근을 하고, 지겨운 술을 억지로 채워 넣으면서도, 문득 문득 그리워 떠나보내지 못하는 첫사랑 같은 어떤 꿈들이 가슴에 묻혀있다.

돌이켜보면 영화 속 장면처럼, 아주 오래 전 한 때, 나와 아내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반딧불처럼 눈부신 존재였다. 지금은 영화 속 장면처럼, ‘나’들과 ‘내 아내’들은 어떤 식으로든 빙신들이 되어 버렸다. 몸무게를 낮추고, 키를 높이고, 신분을 속이지만, 힘겹기만 한 일상은 나를 조롱하고 있다. 밤늦게 헛된 열정으로 술에 취하고, 노래방에서 핏대를 올리고, 거울을 보며 불룩한 배를 출렁거리며 에어로빅 춤을 추고 있지만, 우리는 허전하기만 하고 빙신처럼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 빙신이 될 거라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빙신이 될 거라며 당당히 일어서는 영화 속 주인공이 현실 속 우리 앞으로 걸어 나온다. 네 꿈과 내 꿈은 다른 거라며, 너를 위해서 살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나만의 꿈을 위해 내가 하고픈 삶을 실현하면서 살겠다는 신촌 마돈나 아줌마의 춤과 노래에 기어이 넋을 잃고 만다. 나는 영화 속 엄정화가 좋다. 어쩌다 만나게 될 현실 속의 아줌마, 신촌 마돈나를 못내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