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 영화 위플래쉬 이야기

 

박상영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아라한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속을 만나면 친속을 죽여라.

- 임제록, 임제선사

나 아닌 다른 경계에 동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온갖 경계가 앞에 오거든 무조건 다 부정하고 끌려가거나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부처님이나 조사(祖師)나 아라한이나 그 어떤 권위나 관념들로부터도 벗어나라. 인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깡그리 부정해 버리고 끌려가지 말라는 뜻에서 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불조(佛祖)에 대한 모든 잘못된 관념들을 때려 부수라는 뜻이다. – 무비스님 강설(講說)

 

영화 위플래쉬는 음악영화가 아니다. 스승과 제자가 OK목장에서 한 판 뜨는 현대판 서부영화다. 문명화된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미국식 무협영화 와호장룡이다.

앳된 젊은이가 홀로 드럼을 미친 듯이 연습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그렇게 미친 듯이 드럼을 연주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주인공은 음악대학에 갓 진학한 드러머다. 그의 방과 연습실에는 전설의 드러머 사진이 걸려있다. 그의 삶은 온통 최고가 되기 위한 길로 향하고 있다. 그의 길 앞에 무지막지한 스승이 나타난다. 스승은 음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스승이 이끄는 재즈밴드에 마침내 발탁되지만, 그의 연주는 스승의 괴팍하고 독선적인 교육방식과 폭언과 폭력으로 서서히 병들어간다. 결국 재즈콘서트 경연대회 무대에서 스승의 멱살을 잡고, 그는 퇴학조치를 당한다. 그의 증언으로 폭압적인 교육을 하던 스승 또한 학교에서 쫓겨난다. 음악의 길을 접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인공은 우연하게 스승이 연주하는 라이브 재즈카페에서 스승의 피아노연주를 듣고 스승과 마주하게 된다.

스승은 자신의 교육방식이 비록 독선적이었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거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 쓰잘데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라며, 자기 안에 안주하게 하는 삶을 경계하라고 일갈한다.

자신을 교수직에서 쫓겨나게 한 주인공을 파멸시키려는 스승의 못된 계락으로 주인공은 재즈콘서트 오프닝연주 무대에 드러머로 다시 서게 된다. 하지만, 예정에도 없고 악보도 없는 연주곡을 느닷없이 주문하는 스승 때문에, 연주는 엉망진창이 되고 주인공은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스승의 비웃음과 모멸감으로 무대를 퇴장하던 주인공은, 돌연 다시 무대로 돌아와 스스로 지휘자가 되어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의 미친 듯한 연주가 공연장을 숨막히게 하고, 마침내 싸늘하던 스승마저도 연주에 빠져들게 한다. 주인공의 광기 서린 연주는 마침내 최고가 되려는 외나무다리 인생길에서 스승을 만나 스승을 죽이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다. 스승의 그 어떤 권위와 잘못된 관념들을 때려 부수는 영화의 마지막 드럼연주장면은 오랜만에 느끼는 전율 그 자체다.  자신의 경계를 넘어 홀로 연주하던 주인공이 당황해하는 스승에게 외친다. “내가 연주 시작사인을 주겠어요.” 마침내 그가 부처를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