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니?

- 영화 <굿 윌 헌팅>

박상영

내가 구체적으로 욕망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게 바로 나다.’라는 것이라고 철학자 강신주가 얘기한다. 나답게 산다는 건 이기적으로 사는 거다. 그러니 내 감정을 잘 살피고, 생생하게 살려내야 하는 거다. 그래서 강신주는 어린시절이나 신혼시절처럼 진한 감정들을 일상 속에서 매번 부활시켜야 비로소 나답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내게 사랑할 것이 있다는 건 아직은 살만하다는 것이리라.

주인공 윌은 늘 사랑 앞에서 주저하고 멈칫거리고 먼저 돌아서버린다. 그가 사는 지저분한 동네와 하루살이처럼 아무런 기대도 없이 사는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천재적인 재능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현실과 마주할 용기가 없다. 그래서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분노와 폭력으로 자신의 과거를 집요하게 숨긴다. 그가 그토록 완강하게 피하려던 과거란,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에게서 지속적으로 반복된 폭력으로 일그러진 마음의 상처였다. 윌은 자신이 지닌 천재성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상처를 준 몹쓸 세상의 어른들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한다.

수재들만 다닌다는 대학의 청소부로 들어가 일하다가, 수재들도 풀지 못한 난해한 수학문제를 가볍게 해결한다. 우연한 기회에 이를 발견한 수학교수에게 발탁되어 함께 일하지만, 중독된 그의 폭력성을 해소하는 문제가 천재를 사랑하는 이들을 괴롭힌다. 마지막 상담가로 등장한 대학교수의 동창생이, 윌에게 과거로 비롯된 현재의 아픔과 상처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이끈다. 윌이 천재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의 허구성을 단호하게 파헤친다. 추상적이고 비정한 윌의 지식이 품지 못한 ‘소통을 위한 감성’을 외면하지 말라고 다그친다. 그리고는 정색을 하고 윌의 아픔에게 묻는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니?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답하라고 윌의 상처에게 묻는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시대를 살아내는 직업을 뒷받침하는 역량도 전혀 다른 요청을 한다. 이제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도달해야할 지점의 감성을 읽어내는 센스를 요구한다.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최대치 효율을 내세우기에 앞서, 시간과 공간을 이어줄 소통의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그저 익숙한 관습에 적응하고 인내하는 게 아니라, 열정과 들뜬 기쁨으로 창조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미래를 이끈다.

윌은 사랑하는 여자가 울며 떠나가는 것을 차갑게 외면한다. 그에게 늘 익숙했던 방식으로 자신이 버림받기 전에 먼저 상대방을 떠나보내는 것이다. 오래전 상처 받아 피폐해진 자기 안의 숨겨진 감정을 마주하기가 너무나도 힘이 든 거다. 윌을 내면의 자신과 만나게 해주었던 상담가는 그렇게 어쩌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회피하는 윌에게 묻는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니? 네가 구체적으로 욕망하는 게 대체 뭐냐고? 네 감정을 한 번이라도 되살펴봤냐고? 이기적이리만치 자기답게 살아봤니?

결국 윌은 성공이 보장되었지만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감동 없는 길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떠나간 그녀를 향해 곧게 뻗어나간 길을 기쁨으로 나아간다. 이제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시작한 거다. 그래, 아직 사랑할 것이 있다면 살만한 거다.

이제 착하기만 한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냐고, 그대가 가슴 사무치도록 욕망하는 게 대체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