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하다, 정말 잘못했다!

- 서해바다 검은 물의 공포 속에 숨져갔을 그 여린 생명들에게

박상영(셋넷학교 대표교사)

셋넷학교 아이들과 함께 만리포바다에 갔었습니다.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렸다던 바다, 바다가 언제나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였다던 시인의 바다에 갔었습니다. 이성복시인의 마음속에서 늘 파도치고 있었던 서해바다는 하지만,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삽을 들자 시커먼 기름에 뒤범벅이 된 자갈과 모래들이 뒤엉켜 올라와 제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습니다. 개펄 구멍을 부지런히 드나들며 나 잡아보라며 거품을 부글거리던 게들은 온대간대 없고, 기름때 둥둥 떠다니는 텅 빈 바닷가에 시린 겨울바람만 하릴없이 서성거렸습니다. 겨울추억을 만들던 연인들도 보이지 않고, 바닷가 횟집에는 물고기 대신 거미들이 진을 치고 살고 있었습니다. 한 잔 하고 가라고  옷자락을 잡는 아줌마의 거친 손길도 없었고, 뜨순 방 있으니 천천히 머물다 가라고 눙치는 할머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기름 악취와 죽음의 그림자가 온통 뒤덮고 있는 바닷가 한 귀퉁이에서 인간의 욕심으로 죽어가는 자갈들을 씻어내며 중얼거렸습니다. 정말 미안하다고, 정말 잘못했다고, 너희들 탓이 아니라고, 인간의 헛된 욕망 때문에 너희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많이 아프겠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라고.

탈북아이들과, 남한의 또래 친구들과, 탈북아이들을 사랑으로 돕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서해바다를 다녀왔습니다. 더 이상 구멍을 들락거리는 장난꾸러기 게들도 찾아볼 수 없었고, 진펄에 몸을 뒤척이는 청허(淸虛)한 바다도 느낄 수 없었지만, 기름 악취와 죽음의 그림자가 온통 뒤덮고 있는 바닷가 한 귀퉁이에서 자연과 생명에 대하여 참회를 하면서, 더러워진 자갈과 모래들을 부끄러움으로 하염없이 씻고 또 씻었습니다.

오래 전 서해 기름유출현장방제작업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썼던 글을 다시 뒤적입니다. 넘버 2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 그 다운 탐욕으로 벌려놓았던 재앙이었습니다. 그 때 분노와 아픔의 기억 속에서 또 하나의 용서를 빌었습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증오의 그림자가 온통 뒤덮고 있는 한반도 한 귀퉁이에서 이념의 굴레와 편견 때문에 상처받는 새터민 탈북아이들과, 북녘 땅에서 잘못된 위정자들을 만나 고통 받으며 굶어 죽어가는 북한의 어린 아이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습니다. 정말 미안하다고, 정말 잘못했다고, 너희들 탓이 아니라고, 인간의 헛된 욕망과 증오 때문에 너희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많이 아프겠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라고.

그런데 지금 또 다시 서해바다에서 통곡의 바람이 모질게 불어옵니다.

착한 바보들아, 항상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했던 착한 아이들아,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누가 이쁜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니. 학교라는…통제라는 안에서 이미 벽은 기우는데 누가 너의 판단을 주저하게 만들었니. 어른들의 말씀 선생님의 말씀 시키는 대로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어른들을 믿고 마지막까지 침착하던 네 모습 눈물이 무거워 고개를 떨구는구나…(누군가의 트윗에서)/ 헛된 지시를 따라 검은 물의 공포 속에 숨져갔을 그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그 손 잡아줄 수 있다면….2014년 4월 18일 금요일 오후 6시 24분 셋넷자원교사 박민수샘이 보낸 시퍼렇게 멍든 카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