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의 겨울

- 박망채

전화 걸면 날마다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누구와 있냐고 또 별일 없냐고

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

묻고 또 묻는다

하기는 아침에 일어나

햇빛이 부신 걸로 보아

밤사이 별 일 없긴 없었는가 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

- 나태주,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이태 전 돌아가신 엄니가 늘 그랬다. 어쩌다 안부 전화라도 할라치면, 아침밥은 챙겨 먹었냐고 술 마실 때 안주 꼭 챙기라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몸 살펴가며 하라고, 다짐하고 또 당부하셨다. 눈이 오고 바람이 거세고 다시 눈부신 겨울날 햇살을 맞이하니 세상은 별 일 없는 것인가. 오늘도 그대는 참 멀리도 있고, 그래서 지구 전체가 온통 그대 그리움이고 간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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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그런 내가 들릴 지면, 어미는 낮이건 밤이건 국수를 끓여주셨다. 신김치 탈탈 넣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털랭이국수며,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하는 비빔국수는 또 어떠한가. 세상 사람들의 모서리에 상처 입고 뒷모습이 구겨질 때면, 어김없이 엄니를 찾아가 국수를 먹었다. 속이 투명하게 보이도록 울고 싶을 적이면, 어찌 알았을까 엄니는 서둘러 국수를 말아 주셨다. 오늘도 국수가 먹고 싶다 어머니 같은 어떤 여자가 끓여주는, 참말로 닫힌 문들 녹여줄 허연 입김 뿜어내는 국수가 어찌 이리도 먹고 싶은가.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듯한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