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셋넷, 나를 찾아가는 길위의 대화

- 착한마을 희망깃발 세우기 직업현장탐방캠프 Ⅲ-2

박망채

셋넷의 아이들은 늘, 많이 아프다. 지난 날들의 어두웠던 기억들에 갇혀 스스로 어쩔 줄 몰라한다. 오지 않은 내일의 삶들을 두려워하며 조급하게 서두른다. 누구나 자기 삶의 길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셋넷의 아이들에게 주어진 길들은, 뒤엉킨 넝쿨들로 빽빽한 정글이거나 아득한 광야를 마주할 때처럼 막막하다. 그 안타까움과 갑갑함의 진흙탕 물길을 거슬러 오르듯 셋넷은 매번 나를 찾아가는 길을 나선다.

올해 첫 검정고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벌써 두 번째 길을 나섰다. 처음 나선 길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들을 품고 있는 다양한 대안공동체들을 만났다. 아이들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고, 전통을 살리는 살림의 전사들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우리들의 가여운 영혼들을 보았다. 그 영혼들이란, 느낌도 없고 감동도 없는 성공의 틀에 매여 행복한 나와 너의 삶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이유도 모른 채 바삐 사는 우리들의 일상을 깨우는 길들은 다듬어지지 않아 울퉁불퉁했지만, 싱그러웠다.

두 번 째로 나선 길은 남한에 먼저 와 정착한 고향선배들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들 또한 두려웠을 것이고 막막했을 것이다. 그들이 헤쳐 온 길들을 헤아리며, 셋넷들의 현재를 위로하고 싶었다. 강릉에서 위풍당당하게 사업체를 꾸려가는 이건강사장은, 90년대 후반 탈북하여 북에서와는 다른 고난의 행군을 해왔다. 그를 뒷받침해온 당당함의 실체는 긍정적인 자기 확신이요 자기존중감이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보이는 모습은, 또래 남한사람들의 능력과 삶을 비교하며 자신을 한없이 비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해왔던 기계기술을 남한식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자신이 과거 했던 일들을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화시켜 자신만의 독보적인 경지를 결국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숨기지 않았다. 탈북과정의 시련을 이겨낸 힘을 언제나 기억하면서 자기 앞에 버티고 있던 수많은 장애물들을 거침없이 물리치며 오늘에 이르른 것이다. 그가 남한에서 처음 취직했던 회사를 떠올리며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나는 늘 사장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고 해결하려 애썼다.’

태백으로 가는 길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곳곳에 탄광마을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한 때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건설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미치자, 비의 길들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그 길의 끝에서 첫눈에도 억척스러운 중년의 아줌마가 버티고 우릴 맞이했다.

그녀가 안내한 집안 마당에는 170개가 넘는 장독들이 초저녁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태백에 온 이유가 내내 궁금했는데, 마당 장독들이 답을 주고 있었다. 태백의 독특한 기온차가 만들어낸 된장과 각종 효소들이 신비롭게 익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마련한 저녁성찬이 그래서 더욱 거룩했고, 게다가 남한에서 만난 멋쟁이 남편과 둘이서 만들었다는 집이 우릴 새벽까지 흥분하게 했다. 정착 초기 휘날리는 맥주병으로 남한의 파출소들을 긴장하게 했던 전력으로 화려했지만, 지금 태백에서 그녀는 사람을 살리고 맛을 되찾고 자신처럼 외롭고 힘든 후배들을 챙겨주는 거룩한 북한 아줌마로 우뚝 서 있다. 허진여사님! 셋넷애들에게 보여주셨던 백두대간 기운을 통일된 한반도 그날까지 불끈불끈 펼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