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지닌 낭만성과 덜컹거림이 주는 추억과  꾸밈없는 일상의  풍경은 가히 여행의 백미다. 동남아시아에서의 기차여행은 더욱 특별하다. 기차를 타기 위한 성스러운 고단함과 난감한 과정들이 주는 진한 여운이기도 하겠지만, 이곳 기차들이 지닌 종교적인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지친 문명인들에게 주는 위로가 더욱 깊은 게다.
유럽과 한국에서 경험하는 기차는 완고한 통제로 인간에게 군림한다. 열차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마지막까지 승객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설계된 시스템과 주어진 규칙에 일방적으로 따라야만 하고 가능한 서로 무관심해야 한다.
미안마기차는 꿈틀꿈틀 살아서 숨을 쉰다. 창문을 조작하는 주인이 사람이고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낯선 풍경과 짐작할 수 없는 냄새와 방탕한 바람은 싱그럽고 자유롭다. 헐겁게 열려있는 열차 문들과 완만한 질주는 자본으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슬쩍 거쳐 갈 수 있도록 못 본 척 너그럽게 받아준다.
비좁은 열차 통로로 온갖 삶의 이야기가 오고간다. 향긋하고 달콤한 미안마티(차)부터 외부인에게는 보는 것과 냄새 맡는 것 자체가 고역인 간식거리들, 심지어는 뭔가 심심하게만 보이는 허술한 옷가지들도 등장하지만 정작 파는 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느릿느릿 달리는 열차 옆 철길로 아이는 터벅터벅 학교로 향하고, 어미는 생계를 잇기 위해 이웃 장터로 고단하게 걷는다. 오늘도 하릴없는 남편은 패트병 하나 꿰차고 볼일을 보러 두리번거린다.
유럽과 한국의 기차는 도시와 도시 사이 생명의 흔적들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워버려서 한낱 가볍고 우스운 점으로 기억하게 하지만, 미안마기차는 온갖 생명과 자연을 뒤죽박죽 투박하게 엮어서 꿈틀거리는 선으로 존재하게 한다. 점으로 건너뛰는 무한 속도의 경쟁여행이 아니라 얽힌 선들로 만나는 게으른 여행을 어느덧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