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넷과
함께 한 여행은 늘 행복한 기억을 남겼고, 이번 여행도 소중한 관계와 언제 해도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기쁘게 함께 가겠다고 했다. 처음엔 이게 내가 인도에 가는 이유의 전부였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다른 이유를 찾게 되었다.

출국이
열흘 남짓 남은 지금, 마냥 즐거웠던 이전 여행들과는 다르게 묘한 책임감으로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참석자이자 스태프로 참석하는 상황이 처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인도와 인도의 통신 상황과 인도 사람들이 속 터지고, 대비했다고 생각했던 갑작스러운 장애물이
당혹스럽고, 생각도 못 했던 오해들 때문에 진땀을 빼게 된다.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자꾸 괴로워지려고 한다.

그럴수록
이번 공연의 주제 중 하나인 다름을 곱씹으려고 노력한다. 다름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만트라처럼
외면서, 사람들은 원래 다르고 그것 때문에 괴로울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좀 더 재밌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인도 사람들은 원래 좀 느리다. 대신 내
실수에도 관대하다. 망채쌤은 원래 성격이 불같다. 그래서
추진력이 좋은 것 같다. 글이는 원래 거침없고 가끔 눈치도 없다. 그런데
그게 매력이다.

아마
인도에 도착하면 더 많은 답답한 상황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른 욕구로 친구들과 부딪치게 될
수도 있고 현지 스태프와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다름이 아름답긴 한데, 넌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야! 소리치게 될지도 모른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근육을 단련하듯 자꾸 연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실감하는 중이다. 두어 달 전에는 별 감흥 없이 읽었던 낭독문의 내용이 점점 크게 다가온다.

나는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아마 이번에 내가 인도에 가게 된 것은 여행 준비
중, 그리고 여행 중 마주할 수많은 평화 연습을 해내기 위해서인 것 같다. 여행을 마칠 때 즈음엔 다름을 받아들이는 근육이 좀 더 유연해져 있었으면 좋겠다. / 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