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 다큐영화 <댄서>, 뮤지컬영화 <헤드윅>

박상영

그가 도약을 한다.
한 마리 새처럼 공간을 가로지른다.
사내는 바로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게 바로 나다.”

춤에는 일정한 규칙과 패턴이 있다.
그는 근친近親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사내는 매 순간 몰입할 뿐이다.
“그가 바로 나다.”

일상의 진부함이 주는 고단함이 온 몸에 문신들로 얼룩져 있다.
잠시라도 굴복하지 않는다.
사내는 늘 낯선 곳으로 자신을 이끈다.
“그게 바로 나다.”

그런데…사내는…댄서는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로커는 희미한 기억 속 남자이자 여자로 한몸이었다.
그가, 그녀가 약속의 땅 황금빛 머릿결로 절규한다.
그의 노래는 견고한 갈라짐을 타고 올라간다.
어쩔 수 없는 절망이 되어 깊은 탄식에 갇힌다.

로커는 아주 오래 전 남자이자 남자로 한몸이었다.
그가 탐욕스럽게 부풀린 가슴으로 절규한다.
그의 연주는 세상의 견고한 편견들을 들쑤신다.
검붉은 입술로 저들의 무관심을 흐느껴 운다.

로커는 어쩌면 피할 수 없었던 여자이자 여자로 한몸이었다.
그녀가 이제 그만 닫혔던 영혼을 열고 피흘린다.
그녀의 사랑은 상실의 아픔이다.
자기 의자를 배반하는 증오의 벽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런데…그는, 그녀는…로커는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떤 이의 노래는 세상의 모든 장벽들을 기어코 뚫고 만다.
아득한 옛사랑의 기원을 찾는다.
세상은, 갈라진 사람들 너머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다.

어떤 이의 몸짓은 길들여진 거짓 감정들을 주저 없이 겨눈다.
아주 오래된 원초적인 소망을 새긴다.
세상은, 타락한 느낌들로 온통 취해 날뛴다.
세상은, 순수한 정직을 조롱한다.

어두운 도시골목
사내와 그녀와 그가 날 것으로 걷는다.
나뉘어진 몸들로 걸어걸어
기어코 흐린 세상으로
비틀대며 들어간다.

사내의 춤과 그녀와 그의 노래와 우리 젊은 날의 꿈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