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넷여행자의 노래
from 박상영

그대 홀로 걷는 행복한 여행자에게 고하노니….
첫째, 체력이다. 어딜 가든, 무얼 보든, 어떤 음식을 먹든 강력한 몸을 준비해야 한다. 원하는 곳을 향하는 길은 고단하다. 열악한 차량과, 더 열악한 도로에서 지쳐 자다가 목적지에 다다르면 낯선 곳을 만나기보다는, 신기한 곳을 접하게 된다. 신기함이란 관찰의 잣대를 주지만, 낯섬은 공감의 마음과 시선을 선사한다. 여행의 감동이란 그렇게 한 밤중 손님처럼 온다. 낯선 곳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길 위에서 잠들지 마라. 그 곳을 향한 길 위의 풍경들이란, 낯선 곳을 감싸고 있는 두툼한 옷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몸을 치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공들인 시간과 문화의 자국을 보고 애씀을 이해할 때 비로소, 공감과 감동이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둘째, 유연성이다. 세상의 수많은 여행 책들이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떠나게 한다. 허나, 책은 책일 뿐이다. 남은 남일 뿐이듯, 참고서는 그저 참고하라는 친절과 우정을 담은 책이다. 참된 여행은 책을 넘어서야 보인다. 책을 향해 가고, 책을 확인하고, 책을 종착역으로 삼는 여행은 답답하고 허전하다. 왜냐고? 그 길에는 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함께 떠나지 않는 그 어떤 여행도 여행이라 할 수 없다. 여행사 가이드의 깃발에 안도하고, 여행 책의 충실한 수제자가 되어 흐뭇해하는 떠남은 항구에 묶여있는 배가 그저 바람과 파도에 찰랑거리며 잠시 멀미를 일게 하는 환상이요 환각이다.
여행 책과 우정의 유대감을 갖되, 우정을 깨기 위한 용기와 긴장과 홀로됨을 기억해라. 낯선 곳에는 내가 기억하고 학습된 길보다 상상할 수 없이 열린 길들이 널려있다. 그 엉뚱한 길들이 갇혀있는 내 영혼을 위로할 것이요, 그 상큼 발칙한 사람들이 고요 있던 내 몸을 요동치게 한다. 숨 막히도록 긴장하고, 당황하게 하는 불편한 문화의 방식들이 문명의 이름으로 비루해진 몸과 감각들에게 참된 자유를 맛보게 한다. 어찌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
셋째, 소통역량이다. 꽃은 매혹적이나 너무도 짧다. 꽃으로 향하는 줄기와 잎들과 열매는 느릿느릿 수더분하다. 여행과 일상의 관계도 이와 같다. 오직 여행을 위해 일상에 복무하거나, 여행을 일상과 무관하게 분리시키는 어리석음은 꽃의 생성과정을 거부하는 헛됨일 뿐이다. 줄기의 기도와 잎들의 바람과 열매의 간절함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순간의 꽃을 창조하듯이, 일상과 여행의 분열된 관계를 회복하라. 우리 행복이란 조각나 있지 않고, 편식으로 멍들지 않는다. 통합된 시간과 공간이 우릴 진정 행복케 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