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구더기를 꿈꾸며…
- 로마클럽 보고서 블루이코노미(THE BLUE ECONOMY) 이야기
- 군터 파우리 지음, 가교출판

박상영

‘나머지’를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면 우리는 그것을 그저 폐기한다. 이것은 자연 생태계의 방식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방식이다….우리가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은 쓰레기는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살아 있는 종들이 더 이상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병들어 있거나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우리가 쓰레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쓰레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동시에 생산성 있는 영양분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고려해보자….로마클럽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저탄소 녹생성장의 미래를 설파하는 저자 군터 파울리가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실제로 진행되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항상 골치 아픈 존재인 파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미진 장소를 정한 뒤 컨테이너를 설치한다. 인근 도살장 쓰레기를 몽땅 모아 놓고 독수리가 달려들지 못하게 그물로 덮개를 씌운다. 이곳에 당연히 인근 동네의 날고 긴다는 파리떼들이 몰려들어 식사를 하고 난 뒤 엄청난 양의 알들을 만들고 순식간에 구더기 떼들이 마구 생겨난다. 구더기들이 자란 후 컨테이너에 물을 채워 넣으면 구더기들이 호흡하기 위해 수면으로 떠오른단다. 떠오른 구더기들을 국자로 떠서 기르던 메추라기의 사료로 사용한다. 메추라기가 성장한 후 알을 낳으면 메추라기 알을 고급 음식으로 여기는 프랑스로 수출하고, 구더기 중 일부는 물고기 사료로 사용하여 물고기가 다 자라면 시장에 내다 판다. 나머지 구더기들은 유기농작물을 재배하는 땅을 기름지게 하기 위해 요긴하게 사용한다. 게다가, 상처를 치료하는데 구더기 효소가 그만이란다. 결국 귀찮기만 했던 파리떼가 전체 시스템에 다각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었다는 기막힌 이야기다.

약간의 암이라는 진단명이 없듯이, 윤리적으로 옳은 결정이란 더 유익하게 하는 것이지 피해를 덜 입히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새삼 생태계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목격하면서, 물질적인 부를 향하여 끊임없이 욕망하는 우리의 지속가능하지 않을 삶을 성찰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성취해가는 욕망들이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몽땅 박멸시켜야만 될 파리떼와 더럽기 짝이 없는 구더기들을 ‘풍부함’과 ‘다양성’으로 새롭게 볼 수 있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을 위한 결단이 절실하다.
보람찬 파리떼, 행복한 구더기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