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 김경욱의 소설 <99%>

박상영

나는 문화기획자,라는 직함을 좋아한다. 내가 제도권사회를 일탈하면서 여러 상황과 처지를 달리하면서도 언제나 품고 있는 생의 화두이기도 하다. 기획(력)이란 무엇인가, 주어진 삶을 자기다움으로 관통하는 어떤 힘이자 실천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힘과 태도를 일상이라는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구체화시키는 이가 기획자다. 한마디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뒤척거리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획자는 뭘 먹고 사느냐고 집요하게 물어오는 후배들이 많다. 싱싱한 기획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내게 있어서 이 물음은 감수성의 문제로 환원된다. 기획력이란 살아있는 것들을 살피는 능력이며, 병들어가는 관계를 아파하고 함께 힘들어하는 연민의 기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살아가는 삶이란 것이, 점점 더 우리들을 추상화시키고, 직접적인 경험으로부터 사람과 사람을 집요하게 갈라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자기중심적인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그렇게 형성된 편견으로 관계를 왜곡시키며 애써 외면한다. 일상 속에서 문화감수성을 살려내야 하는 이유다. 지극히 평범한 나는 무뎌진 감성을 퍼 올리기 위해 곧잘 영화관을 찾거나 라이브공연현장에 머물곤 한다. 그 속에는 내가 만날 수 없었고 자칫 잊혀졌던 수많은 사람들의 절절한 삶이 있고, 이리저리 얽혀있는 관계가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다. 그 중에서 나의 기획력을 뒷받침하는 최고의 스승은 ‘소설’이다. 세상의 존재와 관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넓히게 하고 깊이 머물게 하는 장르로 소설은 단연 압권이다.

김경욱의 소설 <99%>를 읽었다. 진짜와 가짜가 뒤엉켜있는 자본주의 욕망의 전진기지인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질투, 시기, 불안, 분노들이 어딘가에서 본 듯한 진실들과 허위감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1퍼센트를 비판하고 질시하면서도 그 1퍼센트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99퍼센트의 이율배반적인 욕망’을 잘 드러내었다고 소설가 오정희는 평했다. 그 이율배반적인 허기짐이 생길 때마다 소설의 주인공은 초콜릿을 먹곤 한다. 카카오 함량 99%의 쓴맛 뒤에 오는 1%의 단맛을 즐기는 것은, 일상을 허적허적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삶 속에서 1과 99의 구분은 의미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삶 속에는 쓴맛, 단맛, 또다른 맛들이 뒤엉켜있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욕망이나 자본주의적 신분상승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 그런 맛들을 생생하게 느끼고 사냐는 것이다. 이제 노예와 노예들이 만든 비싼 진주 따위는 버리라고 고은시인은 일갈한다. 무감각해진 나를 살아있게 하고, 그 맑은 기운으로 딱딱하게 굳어져가는 서로를 살리기 위해 우릴 감싸고 있는 99%의 욕망들에게 정색을 하고 물어야 한다. 너는 무엇을 위해 그리도 정신없이 바쁘게 사느냐고, 네 삶의 주인은 참말로 누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