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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슬은
그 캄캄한 데까지 스며내려
그 돌연한 꽃은
불의 뜨거운 쇄도처럼 피어올랐을까,
한 방울 한 방울, 한 가닥 한 가닥
그 메마른 곳이 덮일 때까지
그리고 장밋빛 속에서
공기가 향기를 퍼뜨리며 움직일 때까지,
마치 메마르고 황폐한 땅으로부터만
어떤 충만, 어떤 개화,
사랑으로 증폭된 어떤 신선함이
솟아올랐다는 듯이?
(이하 생략)

- 알스트로메리아, 파블로 네루다.(정현종역)

네루다의 시를 떠올리며 ‘진정성’에 대해 명상해본다. 메마르고 캄캄한 척박한 땅을 뚫고 올라오는 꽃을 정성으로 키우고, 경이롭게 바라보는 상상력과 사랑은 시인의 감수성이자 내공이다. 하느님의 사랑이 이와 다르지 않고,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이와 다를까 싶다.
셋넷을 시작한 첫 날부터 곳곳에 척박하고 한없이 어두운 땅들이 버티고 있었다. 메마르고 컴플렉스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도처에서 탈북아이들을 두려움의 울타리로 몰아넣으면서, 가슴 없는 소리로만 사랑한다고 앵무새처럼 노래하고 있었다.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자기만의 방안에 가둬놓고 하나 되자고 노래하고 있었다. 겨자씨만큼의 감동도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되뇌는 믿음들에 힘입어 탈북아이들은 세상을 향한 날개를 접고 고개를 떨군 채, 이 땅을 하나 둘씩 떠나갔다.
때때로 여행을 떠나 길 위에서 세상을 배우고, 때로 뮤지컬을 하면서 자기 안의 무한한 가능성을 만나는 셋넷학교의 교육과정들을 못마땅해 하며 숨어서 비난하는 사람들은 분명, 행복을 성적순으로 매겨온 세상에서 사육당한 이들이다. 또한 자신이 당해온 불행했던 시절들의 기억을, 아무 것도 모른 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똑같은 두려움으로 앙갚음하는 치졸하고 불쌍한 이들이다. 껍데기도 가고 쇠붙이도 가라. 더불어 시의 감성과 상상력을 지니지 못한 미천한 것들도 더 이상 아이들 곁에 머물지 말고 떠나라. 그게 회개하는 삶이고 성불하는 길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셋넷을 떠나 21세기 집시들이 되었던 수많은 탈북아이들을 기억하며 가슴 아픈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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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그럴 수 있어.
밤새도록 춤추다가 무대 위에서 기절해버릴 수 있고,
목이 터져라 노래하다가 눈알이 튀어나올 수 있어

너희들은 그럴 수 있어
그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미친 듯이 울부짖을 수 있고,
폭포처럼 웃음을 터뜨리다가 배꼽이 빠질 수도 있어.

너희들은 그럴 수 있어.
저 깊은 어둠 속 슬픔에 젖은 친구를 위해 하염없이 눈물 흘릴 수도 있고,
거지같은 세상을 향해 맘껏 욕을 퍼부을 수 있어.

너희들은 그럴 수 있어.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땅 위에서 말이야.
어느 시인의 절규처럼 사랑하다가 죽어버릴 수 있어, 정말이야.

너희들은 참말로 그럴 수 있어.

- 충만한 힘,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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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채의 <시와 삶> 수업 일기 …. 새 한 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