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우(서울)

 

 

나에게 이 여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고, 둘 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일에 가까웠다.
하나는 무언극의 배우역할이고, 하나는 12명의
여행을 인솔이며 이동수단과 숙소를 미리 체크하는 낯선 임무였다. 물론 힘들긴 했다. 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그래도
타지에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것은 늘 즐겁다.

 

  1. “철망 앞에서, 하나를 위한 이중주” 무언극

분단과
통일을 이미 경험한 독일에 가서 북조선출신부터 남한출신까지 10대부터
30대까지 남북의 슬픈 역사와 통일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나는 사실 작년에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소소한 공연들을 매우 많이해왔다. 신입생들 몇 천명 앞에서도, 10명 남짓한 숫자의 관객들 앞에서도. 하지만 60분간 긴 극을 해본 것도 처음이었도, 랩 이외의 행위를 하며 무대에
서본 것도 처음이었다. 반년 가까이 매주 모이며 연습했을 땐, 야간알바와
병행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고, 게다가 알다시피 나는 몸치이기 때문에 겁도 많이 났다. 또 중간에 정든 몇몇이 그만두기도 하며 아쉽기도 했다.

 

허나 머리보다 몸으로
해봐야 안달까? 장면 하나하나 이야기로 들었을 때는 감정이입이 잘 안됬는데, 몸짓을 하면 할수록 그 감정이 느껴지고, 쌤들이 몸짓이 나아졌다고
해주셨을 때, 아 몸이 굳어있어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공연했을 때 조명과 무대설치가 잘 안되어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큰 고모가 이 극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말에 우리의 의도가 전달되었음에 감사했다. 독일에서 공연할 때는 정말 후회, 아쉬운 점 없이 공연을 마쳤다. 여태까지 연습하고 고생했던 것들이 끝났다. 허탈함은 없었고, 깔끔했다.

 

2. 독일학생들과의
교류… 야넥과 아나

 

야넥의 가족은 그야말로
독일통일의 역사다. 야넥의 고향은 분단시절 동독지역이었고, 아버지는
동독시절 관료였단다. 통일 후 서독지역에 사는 엄마와 만나 자신이 태어났고, 그는 지금 베를린자유대학에서 한국학과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야넥은
박학다식한 청년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어떤 걸 물어봐도 대답을 해줬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검증하지 못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 한국의 군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 사람을
죽이거나 폭력을 가할 수 있는 나쁜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가서 요리나 운전을 하라고 말해주었다.

 

아나는 베트남계
독일인이다. 전쟁으로 통일을 이룬 베트남 출신의 부모님은 분단으로 갈라진 동독에 머물다가 통일 후에도
이곳에 머무른 분들이다. 그리고 그 딸인 아나는 분단국가인 한국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아나는 별 느낌이 없다고 했다. 일단 평화로운 상황이 찾아오면
그에 대해 더욱 무감각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도 통일이 되고 좀 지나면 과거의 사실로 남지, 증오나 갈등은 무뎌지지 않을까?

 

3. 독일 장벽박물관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었다. 독일의 그 벽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고, 깊지 않았다. 또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독사람들이 서독 쪽으로 건너갈 때
서독 사람들은 온몸으로 반겨줬다. 과연 남과 북이 통일된다면 어떨까?
한 교수님이 말씀해주셨다. 독일에는 감정의 골이 없었다고.
동족상잔의 비극이 없었다고. 통일이 두려워지고, 통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4. 다문화체험
여행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함께 떠난 사람들이 마음이 착해서 다행이었다. 여러모로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나는 그저 예약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역에서 호텔, 호텔에서 다시 교통편이 있는 곳을 찾아야 했고, 호텔이 별로거나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까봐 걱정도 많이 되었다. 한번은
교통 예약이 저녁까지 안되서 겨우 오피스를 찾아갔고, 한번은 결국 기차 입석표를 끊어서 갔다. 또 역 바로 앞에 있는줄만 알았던 숙소가 도시 외각에 있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태연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없이 잘 끝났으니 성공적인 여행인
것 같다.

덕분에 사실 잘
구경하진 못했다. 그래도 예약이 끝난 이후론 즐거운 여행을 보냈다. 혼자
또는 여럿이서 다니는 여행은 둘 다 충분히 매력적이며, 독일맥주와 체코의 맥주는 너무나도 맛있었다.